돌은 언제쯤에 던져야하나요?

프로의 경우 시간이 충분해서 정확히 계가할 시간이 있다면 옛날에는 바둑판을 놓고 두는 경우는 흔하지는 않지만 반집에도 돌을 거두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요즘 같이 시간이 부족한 대국에서는 프로라도 차이가 한집반이나 두집반이면 정확히 계가할 시간이 부족하기에 돌을 거두지 않을 수도 있고, 또는 앞으로 큰 변수가 없다고 생각되는 바둑은 그리고 그 바둑이 아주 중요한 바둑이 아니라면 돌을 거둘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을 거두는 이유는 상대에 대한 예의 또는 배려도 있지만 승부를 주업으로 하는 프로가 더 이상 아무 것도 생기지 않는 곳에 헛힘을 쓰는 괴로움 때문에 더 이상 두기를 포기하는 것도 있다고 봅니다.

아마추어의 경우 더구나 인터넷바둑의 경우 10분에 30초 초읽기 3번이 기본일 것 같은데 이 시간 내에 정확히 계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계가의 부정확성과 앞으로 끝내기의 변수를 생각하면 10집 이내의 차이라고 본인이 생각한다면 돌을 거두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형세판단이라는 보조기구를 사용해봐도 부정확할 경우도 많아 이를 온전히 믿고 행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돌을 던지지 않는 것이 비매너라면 돌을 던지라고 하는 것도 같은 정도의 비매너일 것입니다. 중국 프로들 중에는 상당히 져있어도 끝까지 두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고 다 두고서 계가 직전에 돌을 던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아마추어에게 바둑은 프로와는 달리 승부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스포츠맨쉽이랄까 매너라는 것이 따라야 어느 정도의 바둑의 품격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품격이 너무 없어 내 마음이 상할 정도라면 그 사람과는 다음에 두지 않으면 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돌을 거두지 않는다고 화를 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인터넷 대국 상대가 30집은 져 있고 더 차이가 날 수 있는 대국에서 계속 끝까지 둬 오면서 시간을 최대로 이용하는 경험을 해 봤습니다. 아마도 지겨우면 빠져나가라라고 하는 듯했습니다. 저는 그냥 끝까지 따라 두었습니다. 끝내기가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본인의 집을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이럴 수도 있구나 생각하고 공배를 찾아 따라 한 수씩 두었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저도 제 집을 메꿔야 합니다. 10수 정도 더 두고서는 그 분이 빠져 나갔습니다. 어쩌면 수상전에서 진 실망 또는 분노가 여러 원치 않는 행동의 원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1. 인터넷6단~8단은 10집 이내에서는 돌을 거둘 확률이 작을 것 같습니다. 그 10집이라는 자기 계산의 정확도를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충분한 바둑이라면 5집 이내 차이라도 큰 변수가 없다면 돌을 거둘 것 같습니다.

2. 그 외의 단수와 급수에서는 15집, 20집 차이라도 돌을 거둘 확률이 작을 것 같습니다. 그 15집, 20집이라는 자기 계산의 정확도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며, 또한 바둑은 경험적으로 내가 잘 둬서 이기는 경우보다는 상대의 잘못으로 이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시간이 없어서 집차이가 얼마인지 전혀 계산할 시간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면 더욱 그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차이가 크고 한 두집짜리 끝내기만 남아 있다면 아마도 돌을 거두지 않는 경우보다는 돌을 거두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3. 심리학이야기 중에 자기와 성격이 너무 맞지 않는 사람까지 받아들이면서 본인이 괴로워하며 사는 사람은 이제 그 일을 그만하라고 가르칩니다. 세상 사람 중에 20% 정도인가는 자신과 잘 맞지 않으며 그 사람들에 쏟을 애정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쏟으라는 이야기입니다. 바둑도 이와 같이 히면 될 듯 싶습니다. 

4. 인터넷바둑은 모든 사람들이 나와서 두는 장소입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지 나만 합리적으로 하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저들은 돌을 거두지 않더라도 나는 5~10집 또는 15집 져 있고 앞으로 변수가 크게 없다면 요행을 바라고 기다리기보다는 돌을 던지고 새 바둑을 둔다고. ^^